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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다고 합니다. 주방 개수대에는 설거지하려고 담가둔 그릇 2개와 수저가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닭뼈를 삼켜 몸이 성치 않은 반려견을 남겨 둔 채 그 집에서 그렇게 두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올해 2월4일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이 사건은 온통 기이한 의문투성이였습니다. 지난해 5월28일, 결혼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말 그대로 ‘증발’했습니다. 행적을 추적해보니, 5월27일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포착됐지만, 이들이 다시 집 밖에 나오는 모습은 끝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흘렀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사건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 노르웨이 경찰에 검거됐고, 국내로 신병을 인도하기 위한 재판이 현지에서 열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부부와 어떤 사이였던 걸까요. 무엇보다, 부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더(THE) 친절한 기자들’에서 지난 2월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내용과 경찰 수사 내용을 종합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주요 장면 다섯 가지를 차곡차곡 정리해봤습니다.

■ 장면 1 : 부부는 급하게 집을 나갔다



2016년 5월27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아파트. 부산 지역에서 꽤 이름을 알린 연극배우 최아무개(35)씨는 곧 무대에 올라갈 공연을 준비하는 틈틈이 학원에서 연기를 가르쳤습니다. 임신 초기라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최씨는 학원 강의를 마친 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밤 11시께 승강기를 통해 15층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가져올 요량인지 장을 본 물건들은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 대부분 남겨 둔 채였습니다. 라면과 과자 한 봉지를 든 최씨의 모습이 승강기 폐회로텔레비전에 남아 있었습니다. 4시간쯤 지난 28일 새벽 3시께, 식당을 운영하는 최씨의 남편 전아무개(35)씨도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복도 폐회로텔레비전에 포착됐습니다.

31일이 돼서야 부부의 집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남편 전씨의 아버지가 28일 오전부터 계속 아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119에 신고를 한 겁니다.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 한 마리가 사람들을 반겼습니다. 집 곳곳을 둘러봤지만 신변을 정리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서나 다툼의 흔적,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잠깐 자리를 비운 것처럼 냄비에는 부부가 먹다 남은 곰국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오직 사라진 것은 두 사람의 여권과 노트북, 지갑과 가방이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부부가 아파트를 나간 시점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장면 2 : 폐회로텔레비전 어디에도 부부의 모습은 없었다

6월2일 남편 전씨 아버지의 실종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부부의 행적을 좇는 것이 시급했습니다. 부부가 살던 아파트에는 모두 22대의 폐회로텔레비전이 있었는데요. 당시 수사 중이던 경찰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최소 70~80명 인원이 이중 삼중으로 확인했지만 부부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아파트 중앙계단과 비상계단에는 폐회로텔레비전이 없지만 계단 출구 쪽을 비추는 폐회로텔레비전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포착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경찰이 부부가 건물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두고 옥상 물탱크까지 뒤진 배경입니다.

물론 다른 접근도 가능합니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당시 방송에서 “폐회로텔레비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상계단을 내려와 아파트 후문을 비추는 폐회로텔레비전 우측을 돌아나가 옥외 주차장으로 가면 그쪽 계단을 통해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가능성을 따져 신중하게 움직인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동선이지만, 정말 부부가 이렇게 아파트를 빠져나갔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 장면 3 : 부부가 보냈다는 문자는 어색했다



부부가 이토록 복잡한 동선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은 그들이 5월28일 이후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인 최씨는 5월28일 밤 11시56분 자신이 속한 극단 조연출에게 “몸이 좋지 않아 29일 밤 공연 연습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30일 저녁 6시20분에는 극단 대표에게 문자를 보내 “공연을 못 할 것 같다. 지난번처럼 사고를 쳐서 또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합니다. 극단 관계자가 문자를 받고 놀라 전화를 했을 땐 전화가 꺼져 있었다고 합니다.

31일 오전 10시57분, 이번에는 남편이 극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약을 먹어 도저히 공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는 내용을 다급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습니다. 남편이 극단 관계자에게 주장한 대로 아내가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다면 굳이 승강기를 놔두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정황이 많습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31일 남편이 집 근처에 머무른 것은 맞지만 정작 집 인근 병원에서는 아내 최씨의 입원 기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119 신고 내역도 없었습니다.

최씨의 지인들은 문자 메시지 자체에 의문을 품습니다. 최씨가 속한 극단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최씨가 직접 쓴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최씨는 문장을 ‘~요’로 끝냈는데 30일 보낸 문자는 ‘~습니다’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다’는 최씨 문자 메시지 내용에 주목했습니다. “본인이 썼다기보다 제3자가 벌어진 일을 기술하는 스타일로 쓰여 있는 문장 같다”는 분석입니다.

남편 전씨의 문자는 어땠을까요. 그는 28일 오후 1시7분 식당 동업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집안일이 생겼다. 하루만 식당을 닫자”고 합니다. 29일 저녁 6시28분에는 어쩐 일인지 동업자에게 가계 운영비 잔액 전부를 이체하고 전화를 걸어 “한동안 일을 못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동업자의 질문에도 “사건이 해결되면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만 말할 뿐이었고, 한 이틀은 못 잔 것 같은 목소리였다는 게 동업자의 증언입니다.



이마저도 6월2일에는 끝이 납니다. 남편 전씨는 새벽 6시47분 아버지에게 “괜찮다”는 문자를 보냈는데요, 그 직후인 오전 8시48분 부산 기장읍 일대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후로 어떠한 생활 반응이나 통신 기록이 없습니다. 아내 최씨는 5월30일 극단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6월2일 밤 9시54분 서울시 강동구 일대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습니다. 한꺼번에 사라진 부부가 각자 다른 곳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점은 이 사건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 장면 4 : “남편 첫사랑이 지속 협박” 지인들이 입을 열었다

부부에게는 어떤 채무 관계도 없었고 고액의 보험에 가입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갈 때 주변 지인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대부분 남편 전씨의 ‘첫사랑’인 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부인 최씨의 친구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결혼식 전 ‘첫사랑’이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혼 뒤에도 이 여성의 협박에 최씨가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최씨의 지인들은 주장합니다.

남편 주변의 이야기도 대체로 일치합니다. 남편 전씨의 한 친구는 이 여성이 입버릇처럼 “전씨를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다 전씨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에서 밝혔습니다. 한 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이 여성의 전남편은 방송에서 아내와 전씨와의 내연관계를 의심한 끝에 결혼한 지 한 달 반 만에 이혼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꽤 오랜 기간 남편 전씨와 이 여성이 복잡하게 얽힌 인연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부부의 실종 시점에 이 여성이 한국에 있었다는 사실도 부각됐습니다. 재혼 뒤 두 번째 남편을 따라 노르웨이로 건너갔던 이 여성은 2016년 5월5일 한국에 들어옵니다. 공교롭게도 부부의 실종 시점과 겹치는 겁니다. 애초 예정된 일정을 2주 앞당겨 6월7일 출국한 점도 의심을 키웠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이 여성은 한국에 들어온 뒤 오직 현금만 쓰면서 버스만 탔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한 범죄 심리학자는 “자신의 흔적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굉장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의 오빠는 “동생은 2015년 사망한 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행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 장면 5 : ‘첫사랑’ 여성이 노르웨이 경찰에 붙잡혔다

8일 다시 한 번 사건은 변곡점을 맞습니다. <중앙일보>는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30대 여성이 지난 8월 노르웨이에서 검거됐고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경찰을 인용해 “이 여성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고 국내에 송환되는 대로 구속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부에게 원한을 가진 이가 없어 이 여성이 유일한 용의자”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남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여성은 현재로써는 용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월 인터폴에 적색수배 발령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협박죄’에 대한 것이며 국내 송환이 성사되면 피혐의자로 소환해 협박 부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여성은 살인 혐의가 아니라 협박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해 노르웨이 현지에서 서면 답변을 보내 “결혼 전 전화를 해서 열심히 살라고 좋게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여성은 현재 구속된 상태가 아니라 불구속 상태로 국내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재판은 최소 3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송환도 3년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경찰의 설명으로는 아직까지 이 여성이 부부의 실종과 관련한 범죄에 연루됐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습니다.앞날이 창창하던 30대 젊은 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고, 말라죽겠다”는 가족들이 애타게 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실에 다가갈 변곡점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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