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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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갑자기 많이 드는 생각인데 그냥 정리해서 써봅니다.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몹시도 중요해졌다.

사사로운 감정은 뒤로하고 앞만보고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던 나라에서 몹시도 놀라운 변화였다.

감정과 공감이 중요해지며 과거에 묻혔던 안좋은 역사적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재해석 되는걸 보며 사람다운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뭔가 과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사건이라도 하나 터지면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하기보다

분노에 휩싸여 누가 실수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책임자를 찾아 돌팔매질을 하기에 급급하다.

이윽고 책임자가 돌팔매를 맞아 사라지고 나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오간데 없이 새 제물을 찾아 앉히기 바쁘다.

 

TV를 틀면 온통 공감얘기 뿐이고 심지어 가장 이성적이고 냉정해야 할 토론 프로그램에서조차 공감이 빠지질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니 사실 이정도면 공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공감은 분명 사회에 사람다움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공감만 남아 이성적 판단이 사라진 사회로 진입한게 아닌가 싶다.

 

대중의 관심이 가는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들이 피해자라 주장하며 누가누가 더 공감을 많이 사는지 대결하기 바쁘다.

언론들은 조회수에 눈이 멀어 양쪽으로 갈라져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소재를 기사로 쓰기 바쁘고

정치인들은 누구랄것 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졸속 법안을 쏟아내기 바쁘다.

커뮤니티들도 둘로 나뉘어 마치 법관마냥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명확하게 구분짓기 바쁘고

새로운 더 큰 사건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바쁜 움직임은 끝날줄 모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젠더,계층,세대,지역 갈등이 끼어있는 경우 더더더욱 그렇다.

 

누구하나 냉정을 되찾고 얘기해봐야 이젠 공감과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져 답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판에서 신파가 비주류로 밀려나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듯

사회도 수십년의 세월을 소비하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될 뿐이다.

 

답답한 최근이다.

  • ?
    익명_89022865 2024.02.06 16:17
    공감이 쉬운 사회라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해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설득은 논리가 필요하니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공감은 버튼하면 되는 세상이니 그런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
    익명_23220718 2024.02.06 16:31
    리더가 무능하면 큰 일이 해결이 안되니까 늘 사방에서 일이 터지고 진범은 빠지고 뒤집어 씌울 요량으로 가짜 범인찾아서 정치질로 갈등만 유발하기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러움
    리더가 유능하면 큰 일이 해결이 되니까 세상이 평안하니 약자를 배려하고 결속이 잘되서 사회가 평온하고 좋은 에너지가 밖으로 전달됨

    그럼 일 잘하는 사람은 갑자기 튀어나오냐? 천만에
    일 잘하는 사람은 늘 있고 늘 있어왔으며 늘 있을거임
    문제는 그 일 잘하는 찾아서 쓰는 사람의 역량임 그런 그런 안목은 어디서 나오냐?
    본인이 일을 잘하면 일 잘하는 사람이 보임

    뭐든지 대가리가 큰 일을 잘 해결하면 실무자들이 평온해서 일처리가 잘됨
    그러면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가 전이되고 이들이 사회 곳곳의 공백을 메우려고 하기 때문에 대가리가 똑똑해야 중간이 평안하고 중간이 평안하면 밑바닥이 안정감을 느끼는게 세상의 이치
    즉 큰 일을 처리 못하면 진짜 범인은 못 건드니 곳곳에서 범인색출에 힘쓰고 갈등이 유발되니 이게 곧 난세임
    그 일 잘하는 리더를 몰라보는 국민들의 수준일 뿐
  • ?
    익명_86324360 2024.02.06 17:11
    제 시각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단지 공감이라는 방식만 바뀌었지 문제 해결 방식이 언제나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냥 사건 당사자만 처리한다거나, 사건자체를 덮는 다 던가, 그런 방식만 추구해왔죠.
    예전에 미우주항공국 NASA의 사례를 듣고 이게 정말 맞는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한게 있었죠.
    수천억짜리 발사체를 사람 손으로 옮겨야하는 일이 생겨서 많은 사람이 모여 발사체를 들어 옮기는 도중 발사체가 받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다시 만들어야하는 사건이 생겼죠. 사건 발생의 원인으로 발사체를 받침대에 고정을 해야 했던 작업자가 볼트로 고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여기서 NASA에서는 작업자에게 사건을 추궁한다거나 책임을 지우게 하지 않고, 이런 사건이 일어난 시스템의 문제를 찾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책임자를 해고한 일이 있었죠.
    NASA의 방침은 돈이 많이 들어도 안전하고 확실하게 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본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NASA만이 가능한 해결방식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서 배울건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냥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원인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그러한 해결방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단순히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문제 해결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감성이니 이성이니 이런 문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
    익명_56363764 2024.02.07 09:09
    @익명_86324360
    와...
    너무 멋진 댓글에 공감 하고 갑니다.

    현실에 우리가 마주치는 일들 대부분 시스템의 문제 인데...
  • ?
    익명_66214262 2024.02.06 21:31
    ㅇㅈ
  • ?
    익명_19725170 2024.02.07 11:24
    그냥 옛부터 총대 메고 변화 해보려던 사람이 없었던거고, 있더라도 지지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없었음. 그래서 매번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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