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고집이 세고, 의처증이 심해서 평생 살면서 못볼꼴 다 봤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는게, 어렸을때 우리는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을 소유했는데,
바로 밑에 층에 어머니 친구가 사셨는데, 자주 수다 떨면서 놀고 하셨었다.
바로 밑에 층에 마누라 있는거 알면서도, 당시 6~7살이었던 나를 끊임없이 내려보내 어머니에게 집에 오라고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가난하게 살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무심하리만큼 생활하는데 책임을 져주지 않았다.
아버지 신용불량자라 내 체크카드 썼는데, 어디 몇만원짜리 밥 잘 먹고 다니더라. 차에 기름 잘 넣고 다니고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나 돈이 없어서 이틀동안 샌드위치 하나 사먹었다. 죽겠다 하니까
그랬구나. 이거 한마디 하고 말더라. 그 이후로는 아버지에게 일체의 기대 가지지 않았다.
나 대학교 입학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우리 삶의 터전이 되줄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어디에 썼는진 말 하지 않고 (본인은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지만, 본인 제외한 모두가 알고있다. 경마장 갔다는거, 증거가 없으니 아니라 우긴다.)
생활비도 주지 않고 일도 안하며 당신 하고싶은대로 생활하다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는데도 고집을 부렸다.
경매에 넘어간 당시 15억에 계약서를 들고 왔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20억을 가지고 오라고 개 지랄을 떨다가 결국 7억에 경매에 날아가고
오히려 빚을 떠안게 되었다. 이 즈음 해서 그동안 그래도 아버지니까.. 남편이니까.. 하면서 덮어오던 문제들이 가족간에 터지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불치병을 떠안고 아버지가 무서워 집을 나가셨다.
생활비도 안줘, 불치병에 걸렸는데 경마 하고있어, 재산 다날려먹어, 어머니는 아버지가 더 이상 자기를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갔는데
그런 어머니를 사람을 붙여 미행해 기어코 찾아내서 찾아가 죽여버린다느니, 갖은 협박을 하다가
내가 참지못해 경찰을 불러 아버지가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 끌려가는 걸 봤다.
경찰에게 끌려갈 때도 지랄을 떨더니 공권력의 힘을 보셨는지, 그 이후로는 어머니에게 접근을 못하신다.
어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기소유예가 됐으나, 다음은 징역형이라는 얘기를 들은것 같다.
그 후 집에서 며칠 조용히 지내다 결국 못참겠는지 집안을 때려 부신다고 나에게 협박을 하길래 그러시라고, 나도 경찰을 부르겠다 했더니
내 얼굴을 노리고 바로 유리컵을 던지더라. 그 이후로 바로 집나와서 여태까지 아버지 안보고있다. 약 반년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너무 죽일도록 밉고, 상종하기도 싫지만 천륜이란게 정말 있는건가?
매일마다 감정 싸움이 일어난다. 그래도 아버진데 너무 안쓰럽고.. 하지만 여태까지 해온걸 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미치겠다.
굳이 가정의 화목을 언급한 이유는...
집 재산 다 날라가도 괜찮았다. 집에 재산이 있었을때와 경매로 날아갔을 때랑 내 생활은 전혀 변한게 없으니까
근데 평소에 가정이 화목했으면.. 그 시기에도 가족이 찢어지지 않고 단결하여 이겨낼 수 있었을것 같은데..
사실은 잘 모르겠다.
매일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수시로 뒤바뀌고, 그냥 다니다가 화목한 가족을 보고, 친구들 가족 외식하거나 그냥 흔한 얘기 듣고..
이럴때면 괜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성격도 변해가고 말수도 적어지고.. 가정이 화목한게 너무나 부럽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인지, 결혼을 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도 싶은 욕망이 너무나도 크다.
하지만 고친다고 노력은 하는데.. 가끔 정말 화가 나서 화를 낼때의 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에....
내가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너무 두렵다.
조만간 정신과에 가봐야겠다.
그래도 넌 좀 나을꺼야 좋게 생각하자
혹시나 불안하면 술만 안 마셔도 잘 조절하면서 살수 있지 않을까?